자전거 타는 즐거움 - 김훈(소설가)
카드 회사에서 날라온 잡지의 첫 페이지에 소설가 김훈이 쓴 '자전거 타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수필이 두 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었다. 잡지는 머지 않아 버려질 것이다. 그래서 문장 몇개를 백업해 둔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자전거의 바퀴는 외부의 사물이 아니라 내 몸의 일부다. 자전거의 바퀴는 자동차의 바퀴나 기차의 바퀴와 다르다. 자전거의 바퀴는 내 몸에서 돋아난 바퀴다. 내 몸의 힘으로 이 바퀴를 굴려서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자유를 느낀다.
비탈을 오를 때는 힘이 든다. 비탈을 오를 때 자전거의 기어는 내 몸의 힘을 바퀴 구동축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힘을 잘게 부수어서 분산시킨다. 분산된 힘이 조금씩 체인의 베어링 속으로 흘러 들어가면, 자전거는 겨우 고개를 넘어간다. 자동차의 엔진은 오르막에서 힘을 증폭시키지만, 자전거의 기어는 힘을 잘게 나누어서 인간의 몸에 전달해준다. 자동차는 기계이고 자전거는 인간이기 때문에 오르막에서 힘을 쓰는 방식이 다르다.
- 김훈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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